그때, 그곳, 그것이 남긴 사진
- 이승권 개인전, <치르치르의 파랑새>, 웩사(weksa), 2023. 11. 12 ~ 11. 26.
작업 배경에 대한 설명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히말라야 여행담으로 흘러갔다. 히말라야산맥을 보며 느꼈던 경외감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거나 간과했을, 혹은 기억이라면 서서히 잊혀져갔을 '희미한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때, 그곳, 그것'이라고 돌려서 지칭할 수밖에 없는 무명의 것들. 그러나 분명 그날, 그 장소, 그 시간에 있었기에 기억에 남았고 어쩌면 우리 삶을 이루고 있을 명징한 편린들. 작가는 스스로 사진에 담길 상황과 동화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그때에, 그곳에, 그것에 충분히 녹아들었을 때 셔터는 눌러진다. 이는 각각의 편린을 그 순간의 맥락에서 도려내지 않고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전체로서 담아내려는 작가의 비폭력적 촬영의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이승권의 사진에서는 피사체가 보이기보다는 그때, 그곳, 그것이 먼저 느껴진다. '그때, 그곳, 그것이 남겨놓은 흔적'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이는 그의 사진은 그때의 공기, 그곳의 빛깔, 그것의 숨결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 맨처음의 전시장 입구 사진과 아래에서 두 번째 작품 사진을 제외한 모든 사진은 weksa의 웹사이트 https://weksa.co.kr/에서 가져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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