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 트리스탄 · 베니스에서의 죽음》, 안삼환 외 옮김, 민음사, 1998.

 

 

 

 

인간적인 것을 연기해 내고 그것과 더불어 놀기 위해서는, 그리고 인간적인 것을 효과적으로 멋있게 표현할 수 있으려면, 또는 그렇게 하려는 시도라도 하고 싶으면, 우리 예술가들 자신은 그 무엇인가 인간 외적인 것, 비인간적인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되며, 우리들 자신은 인간적인 것과 이상하게도 동떨어지고 무관한 관계에 빠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양식과 형식, 그리고 표현을 위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이미 인간적인 것에 대한 이처럼 냉담하고도 꾀까다로운 관계를, 말하자면 그 어떤 인간적 빈곤화와 황폐화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 예술가가 인간이 되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는 끝장입니다. (......) 나는 인간적인 것에 동참하지 못하면서 인간적인 것을 표현해 내느라고 가끔 죽도록 피곤하단 말입니다. 예술가가 도대체 남자일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여자'한테 물어봐야겠지요! 내가 보기에는 우리들 예술가들이란 모두들 약간은 교황청의 저 거세된 성가대원들의 운명을 띠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들은 아주 감동적으로 노래를 합니다.

- pp. 45-46.

 

 

 

그런데 이런 냉혹하고도 허영심에 찬 사기꾼을 진정으로 편드시려는 겁니까? 한번 말로 표현된 것은 이미 처리된 것이다. 이것이 그의 신조입니다. 온 세계가 말로 표현되었으면 그것으로 세계가 처리된 것이고 구원된 것이며 그것으로 끝났다는 것이지요. (......) 글쟁이가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삶은 그것이 말로 표현되고 '처리되었다' 해도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법 없이 계속 삶을 영위해 갈 것이라는 사실이지요. 보십시오, 문학을 통한 온갖 구원에도 불구하고 삶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계속 죄악을 범해 가고 있지 않습니까! 정신의 눈에는 모든 행동이 죄악으로 보일 테니까 하는 말입니다만. (......)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그러나 제발 부탁입니다만, 제가 지금 말하는 것을 문학이라고 간주하지 말아주십시오. (......) 그렇습니다, '삶'은 정신과 예술의 영원한 대립 개념으로서, 우리들과 같은 비정상적인 인간들에게는 피비린내 나는 위대성과 거친 아름다움의 환상으로 나타나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적이고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것이야말로 우리들이 동경하는 나라이며, 그것이 바로 유혹적인 진부성 속에 자리잡고 있는 삶인 것입니다! 친애하는 리자베타, 세련되고 상궤를 벗어난 것, 악마적인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그것에 깊이 열중하는 자는 아직 예술가라 할 수 없습니다. 악의 없고 단순하며 생동하는 것에 대한 동경을 모르는 자, 약간의 우정, 헌신, 친밀감, 그리고 인간적인 행복에 대한 동경을 모르는 자는 아직 예술가가 아닙니다. 평범성이 주는 온갖 열락을 향한 은밀하고 애타는 동경을 알아야 한단 말입니다.

- pp. 54-55.

 

 

 

그래서 그는 그 티없이 맑고 순수한 자기 사랑의 불꽃이 재가 되어 발갛게 타고 있는 제단 주위를 조심스럽게 빙빙 돌다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변치 않는 마음을 지니고자 했기 때문에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그 불꽃을 북돋우며 불씨를 살리려고 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슨 야단스런 조짐이나 시끄러운 소리도 없이 그 불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져버렸다. 그러나 토니오 크뢰거는, 변치 않는 마음이란 이 지상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환멸감에 가득 찬 채, 그 불 꺼진 제단 앞에 아직도 한동안 서 있었다. 이윽고 그는 양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는 자기 갈 길을 갔다.

- p. 34.

 

 

 

그는, 약간 태만하고도 어슬렁거리는 태도로 혼자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삐뚜름히 하고서 먼산을 바라보면서, 자기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을 갔다. 그런데도, 만약 그가 길을 잘못 갔다면, 그것은 몇몇 사람에게는 바른 길이라는 것이 애당초에 없기 때문이었다.

- p. 34.

 

 

 

이런 식으로 여러 날이 흘러갔다. 그는 딱히 며칠이 흘러갔는지 말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알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그러나 그러던 중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날이 찾아왔다. 그 사건은 태양이 중천에 떠 있고 사람들도 주위에 있을 동안에 일어났으며, 토니오 크뢰거는 거기에 대해서 결코 크게 놀라워하지도 않았다.

- p. 89.

 

 

 

나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세계에도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약간 견디기가 어렵지요. 당신들 예술가들은 저를 시민이라 부르고, 또 시민들은 나를 체포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 나는 위대하고도 마성적인 미의 오솔길 위에서 모험을 일삼으면서 '인간'을 경멸하는 오만하고 냉철한 자들에게 경탄을 불금합니다. 그러나 난 그들을 부러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한 문사(文士)를 진정한 시인으로 만들 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인간적인 것, 생동하는 것, 일상적인 것에 대한 나의 이러한 시민적 사랑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바다의 물결 소리가 내게까지 올라옵니다. 그래서 나는 눈을 감습니다. 그러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림자처럼 어른거리고 있는 한 세계가 들여다보입니다. 그 세계는 나한테서 질서와 형상을 부여받고 싶어서 안달입니다. 또한, 나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허깨비들의 우글거리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들은 부디 마법을 걸어 자기들을 풀어달라고 나에게 손짓하고 있습니다. (......) 나는 이것들에게 큰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 있는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만의 사랑은 금발과 파란 눈을 하고 있는 사람들, 생동하는 맑은 사람들,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일상적인 사람들에게 바쳐진 것입니다.

- pp. 106-108.

 

 

 

 

 

끝.

리베카 솔닛, 《야만의 꿈들: 장소, 풍경,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하여》, 양미래 옮김, 반비, 2022.

**책 읽는 중. 문장은 계속 늘어남.

 

 

 

 

관념(idea)는 활동가(activist)와 유사하다. 관념은 그림자와 변두리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그다음에는 조롱을 당하거나 욕지거리를 들으며, 그다음에는 모두가 줄곧 알고 있었거나 믿고 있었던 무언가가 된다. 그 관념이 어떻게 제기되었는지, 누가 그 관념에 코웃음을 쳤는지는 잊힌다. (......) 가장 중대한 변화는 대부분 관점의 변화다. 누가 어떤 관념을 이끌어냈는지, 언제 그런 관념이 자리 잡았는지에 관한 관점의 변화는 점진적이면서도 흔히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그런 변화를 기점으로 많은 것이 바뀐다.

- 2024. 06. 24. p. 21

 

 

 

내게 희망이란 낙관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낙관주의는 비관주의와 마찬가지로 미래가 예측 가능하고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내게 희망이란 미래의 인지 불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며, 미래에 나타날 결과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그 결과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감각이다. 어쩌면 희망이란 나만의 불확실성 원칙일지도 모른다. (......) 말하자면 희망은 이 세상의 야생성, 예측 불가능성을 옹호하는 태도였다.

- 2024. 06. 24. pp. 23-24

 

 

 

아나키즘이란 질서가 아닌 위계가 없는 상태, 직접적인 절대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아나키스트들이 지적하듯 투표 민주주의는 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강요할 수 있게 할 뿐이지 반드시 참여적이거나 직접적이지는 않다. 아나키스트들은 모든 사람이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그저 다수만이 아니라) 모두가 실현 가능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협상 과정을 지속한다. 일반적으로 진정한 아나키즘이란, 그 단어를 들었을 때 대부분 미국인이 상상하는 대혼란이 아니라 괴로울 정도로 끝나지 않는 회의를 의미한다.

- 2024. 09. 18. pp. 44-45

 

 

 

나는 추상성과 구체성을 다루는 데 애를 먹는 사람이다. 추상적으로 보면, 우리는 1846년 콩코드에서 소로가 취한 태도, 1946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재판, 수많은 장소와 시대에 쇼쇼니족과 평화주의자들이 행한 저항과 맥을 같이하는 몸짓을 취하면서 평화와 정의라는 명목하에 시민 불복종을 행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관목 속을 더듬거리면서 우리를 완전히 실성한 사람으로 간주한 요원 무리와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내 신념은 늘 그 사이에서 흔들렸다. 요원들을 직업 선택범위가 제한적인 저학력 백인 노동자가 아니라 미국 군사 정책의 대리인으로 보는 것이 내게는 늘 어려운 일이었다. (......) 그러나 이런 것보다 더 어려웠던 일은 이 모든 것의 보이지 않는 배경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를 결박한 플라스틱 수갑, 내 짝궁의 신발 속에서 부러진 가시, 헬리콥터가 후두두 흩뿌리는 자갈과 위장한 모습으로 평화주의자들을 추격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남자들, 폭삭 무너질 듯한 평화캠프와 직접행동 따위의 모든 것 뒤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배경, 우리가 결코 볼 수 없을 그 배경, 국제적 전쟁에 대한 대비 및 40주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국지적 핵전쟁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대규모의 핵무기 폭발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

- 2024. 10. 29. pp. 56-57

 

 

 

성지(聖地)를 통과하며 지구를 횡단하는 에너지의 맥에 관한 '지맥선'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을 개발한 사람들은 직선을 따라 배열된 중요한 장소들을 보여주면서 지맥선을 설명한다. 나는 이 지맥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수렴선(lines of convergence)은 믿는다. (......) 수렴선은 이를테면 한 위치에서 합쳐지는 전기(傳記)와 역사와 생태의 선이다. 핵물리학의 역사, 군비경쟁, 반공주의, 시민 불복종, 아메리카 원주민의 토지 권리를 둘러싼 투쟁, 환경 운동, 그리고 유대-기독교에 영감을 불러일으킨 듯한 사막을 향한 신비주의와 광적인 믿음 등이 전부 하나로 합쳐져 네바다 핵실험장을 단지 자연지리학이 아닌 문화지리학의 일부로, 단순히 구체적인 장소만이 아니라 추상적이기도 한 장소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무언가가 수렴하는 장소는 언뜻 무관해 보이는 역사들을 맞붙이며, 그로써 역사들이 하나로 합쳐지면 우리의 개인적 역사와 공공의 역사와 이야기들 속에서 새로운 연결고리를, 심지어는 충돌까지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야기로 엮인 거미줄은 어디에서든 멀리 뻗어나간다. 그러나 그 가닥 가닥을 따라가는 일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 2024. 10. 29. p. 57

 

 

 

도보 여행자와 탐험가들은 대체로 희한한 습관을 갖고 있다. 자신이 이 작은 땅덩어리에 최초로 발을 내디딘 사람인지 아닌지를 추측해보는 것이다. 순결한 미개척지를 향한 미국인의 집착에서 비롯한 이 추측은 그 자체로 상당히 문제적이다. 무언가가 완전히 새로운 것일 가능성과 그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경험일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식의 추측은 보통 전제부터 잘못되었다. 북미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발이 닿지 않은 장소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누군가가 등산 장비를 챙겨 말 그대로 그 어떤 인간도 가닿은 적 없는 봉우리에 오른다 해도 그가 거기서 취하는 몸짓의 의미와 동기는 다른 인간들이 취한 몸짓의 오랜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에라네바다산맥 정상에 오르는 최초의 인간이 되고 그 어떤 인간도 가닿은 적 없는 장소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다 해도, 그건 클래런스 킹(Clarence King)과 존 뮤어(John Muir)와 그들의 뒤를 잇는 위대한 등산가들이 밟았던 문화적 영토를 그대로 되밟는 것과 다름없다. (......) 새로운 장소든 오래된 장소든 내가 있는 장소를 이해하려면 내가 떠나온 장소를 알아야 하며, 그런 점에서 진정으로 완전한 의미의 기억상실증을 가진 사람만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서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역사와 욕망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있다. 그러니 때로는 그냥 앉아서 짐을 풀어보는 것이 좋다.

- 2024. 10. 29. pp. 57-58

제목: <[성명]UN장애인권리협약 최종견해 이행로드맵과 추진체계 마련해야>

발행언론: 에이블뉴스

발행일자: 2024. 05. 08. 10:43.

작성자: 에이블뉴스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513

 

UN장애인권리협약 최종견해 이행로드맵과 추진체계 마련해야 - 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를 비롯한 14개 장애인단체가 함께 하는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법 개정 연대(이하 ‘CRPD 국내법 개정 연대’)는 UN장애인권리협약(CRPD) 최종견해 이행을 위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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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복지부는 2022년 UN장애인권리협약 2, 3차 국가보고서 발표 이후 권고사항 이행 평가를 위한 핵심과제 개발, 이행과제 부처 간 협의, 조정 등을 위한 범부처 종합 이행 방안 마련 연구를 2023년 마침.
  •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5개 부, 처, 청, 3개 위원회(방통위, 국가인권위원회, 선관위)에 총 111개 이행과제에 대한 계획 수립을 요청한 상태.
  •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24년에 이행 방안 심의, 의결 후 추진해야함. 하지만 현재까지 보건복지부는 발표를 미루고 있음.
  • 제 4, 5, 6차 UN장애인권리협약(CRPD) 정기보고서 제출은 2031년까지로 22년 권고 이후 총 9년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행 계획이 부재한 상황.
  • 또한 계획이 수립되더라도 CRPD 업무 전담 담당자(부서)와 민관 이행 기구 등 추친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에 계획 이행의 동력 부재가 우려되며, 다음 회기 정기보고서 제출까지 남은 7년의 시간 동안 권고사항을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
  • CRPD가 이행된다는 말은 장애 인권이 증진된다는 말과 동의어.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법 개정 연대* 는 장애인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장애인단체와 긴밀히 소통하며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민관 기구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

 

 

 

*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2023년 발족한 단체로서, 한국장애인재활협회를 비롯한 14개 장애인단체가 함께 구성.

제목: <정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서 CRPD 협약 보고서 발표...장애계 “당사자 삶 반영 안 돼”>

발행언론: 마인드포스트

발행일자: 2022. 08. 25. 19:34

작성자: 김근영 기자

 

 

http://www.mindpo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7505

 

정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서 CRPD 협약 보고서 발표...장애계 “당사자 삶 반영 안 돼” - e마인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위원회 협약 세션에서 우리정부의 제2·3차 장애인권리협약(CRPD) 병합 심의가 24일~25일(현지 시간) 이틀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4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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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장애인권리협약(CRPD), 2006년 채택. 우리나라는 2008년에 가입.
  • 2022년 우리나라 협약이행 국가보고서 2, 3차 심의 동시 진행. 2014년 1차 심의 이후 8년만.
  • UN장애인권리협약위원회는 다음의 사항을 지적
  • ▲장애인권리협약(CRPD) 가치에 위배되는 장애인 등급제 ▲장애아동에 대한 보호 부재 ▲정신장애인 장기입원화 및 강제입원 ▲탈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부재 ▲장애여성의 교육 및 고용에서의 권리 보장 ▲장애 비하 언론에 대한 조치 ▲장애 인식개선 조치 및 권익옹호 ▲장애아동 학대 대책 ▲장애인 당사자의 정책 의사결정 참여 ▲미등록 장애인 사각화 문제 ▲프라이버시권 ▲장애인 이동권 ▲장애 당사자의 참정권 ▲시설장애인에 대한 차별 ▲장애아동의 권리보장 및 진정 제도 등
  •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한국정부 심의 대응 장애계연대’는 한국의 보고서가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
  • ▲선택의정서 비준 계류 ▲탈시설 로드맵에서의 정신장애인 배제 ▲정신장애인 비자의 입원률의 허구성 ▲장애인 이동권 침해 ▲소수 장애인 정책 배제 ▲탈시설 및 지역사회 내 자립지원 전달체계 미비 ▲장애인 차별 및 혐오 방치 ▲장애여성에 대한 저조한 지원 등에 문제를 제기.

"집 문을 열자, '밖'이 들어왔다"

- 김민희 기자, 강원일보, 2024. 02. 21일자 기사

 

https://www.kwnews.co.kr/page/view/2024022009552037072

 

“집 문을 열자, ‘밖’이 들어왔다”

◇박정연 作 트윈베드 낯선 것과 친숙한 것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거니...

www.kwnews.co.kr

 

 

 

"집 밖, 낯섦과의 대화"

- 강주영 기자, 강원도민일보, 2024. 02. 22일자 기사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30241

 

집 밖, 낯섦과의 대화

혐오사회, 터부시된 이미지를 직면하거나 현지인이 기억하는 역사와 시선을 간접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각예술 전시가 춘천에서 이어진다. 춘천문화재단의 전시기획자 양성사업 ‘큐레이터 아카

www.kado.net

 

 

 

 

 

 

 

 

 

 

 

 

1. 강석호, 「강석호: 3분의 행복」, 강석호 작가 회고전, SeMA서소문관, 이은주 초청 큐레이터, 112.

2. 페터 바이벨, 「페터 바이벨: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 MMCA서울, 218.

3. Yann BAAC, 「소통의 다리」, L153아트컴퍼니, 작가 기획, 32.

4. 신선주, 박관우, 이연숙, 「검은 기둥의 감각」, 아트스페이스 호화, 고윤정 기획, 32.

5. 심규승, 박재성, 강수빈, 김준수, 최은지, 홍유영, 2023 별도의 기획전: 물질」과 세미나, 옥상팩토리, 이주연 기획, 312.

6.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SeMA서소문관, 57.

7. 카라바조 50,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국립중앙박물관, 67.

8. 하이디 부허, 「하이디 부허: 공간은 피막, 피부」,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문지윤 기, 618.

9. 단체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MMCA서울, 74.

10.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아트선재센터, 729.

 

11. 단체전,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아트선재센터, 7월 29일.

12. 김환기, 「한 점 하늘: 김환기」, 김환기 회고전, 호암미술관, 8월 25일.

13. 김구림, 「김구림」, MMCA서울, 8월 27일.

14. 김민지, 성필하, 신민, 오세경, 이한나, 「물의 나라에서」,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 정현경 기획자, 9월 7일.

15. 최상흠, 「가설 건축물」, 스페이스 캔 & 오래된 집, 9월 15일.

16. 권다예, 「CHROMARIUM」, 챔버1965, 오상은 기획자, 9월 15일.

17. 우수빈, 「WINTER JUNGLE」, 안팎스페이스, 장순원 기획자, 9월 15일.

18. 피카소, 「피카소 도예전」, MMCA 청주, 소장품전, 10월 13일.

19. 단체전, 「디지털 스토리: 이야기가 필요해」, MMCA 청주, 10월 13일.

20. 단체전, 「건축, 미술이 되다」, 청주시립미술관, 10월 13일.

 

21. 단체전, 「사물의 지도」,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1014.
22.
김기창, 「운보미술관 상설전」, 운보미술관, 1014.
23.
정연두, 「백년 여행기」, MMCA 서울, 1023.
24.
갈라 포라스-, 전소정, 이강승, 권병준, 2023 올해의 작가상」, MMCA 서울, 1023.
25.
김유정 문학촌 기념전시관, 1024.
26.
류민지, 한황수, 「시선유희」, 스페이스 윌링앤달링, 1027.
27.
이강소, 「바람이 분다: 조각에 관하여」, 리안갤러리 서울, 1027.
28.
국립춘천박물관, 상설전시장 & 「창령사 터 오백나한: 나에게로 가는 길」, 1031.

29. 국립춘천박물관, 「오대산 월정사: , 산 속에서 피어난 이야기」, 1031.

30. 이재복, 「찬란한 순간」, 개나리미술관, 1031.

 

31. 유근택, 「반영」, 갤러리현대, 113.

32. 정다정 & 함진, 「정다정 X 함진」, 프로젝트 스페이스(PS) 사루비아, 2023 Studio Project 3: 큐레이터 기획전, 113.

33. 단체전, 春川: 바람, 햇빛, 강물 그리고 사람」,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 117.

34. 단체전, 「화로」, 강원대학스포센터 전시장, 117.

35. 키얀 윌리(Kiyan Williams), 「별빛과 진사이」, 페레스프로젝트, 1110.

36. 파올로 바도르(Paolo Salvador), 「천에 새겨진 미스터리」, 페레스프로젝트, 1110.

37. 단체전, 「아니, , 아트스페이스 보안(보안여관), 강영희 기, 1110.

38. 서울공예박물관, 「자수, 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다」, 상설전시, 1112.

39. 단체전, 「공예 다이로그」, 서울공예박물관, 별기획전, 1112.

40. 이승권, 「치르치르의 파랑새, weksa, 1126.

 

41. 김진선, 「공의 실」, COSO, 1126.
42.
이현우, Drivers High, 별관, 123.
43.
수민, A Good Knight, 정지구, 127.
44.
단체전, 「서예술실험센터 장래(場來式), 예술실험센터, 127.
45.
단체전, 「희미하게 러 아빛나는」, 대안공간 루프, 127.
46. <WESS
전시2023>, 나선도서관, 1210.
47.
김소라, 「파: 소라에게」, 별관, 1217.
48.
단체전, 절의 사이비집고 어가」,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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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가 읽기는 재미 없어도 보기엔 일목요연해서 좋은 듯하다.

 

2023년 많이 보려고 했다. 많이 보려다 보니 또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특히 춘천을 오갔던 기억이 생생하고, 첫 전시인 '강석호' 전은 작년에 본 것마냥 아득하다.

그래도 그 이름을 읽음과 동시에 모든 전시의 전경이 눈 앞에 그려지니 허투루 보진 않은 모양이다.

좋았던 전시도 있었고, 그닥 즐기지 못했던 전시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재밌게 보지 않았던 전시들도 나름의 것들을 가르쳐줬기 때문에,

결국 가서 보는 게 가장 좋은 공부인가 싶다.

 

눈과 발이 바빴던 한 해를 보내서 뿌듯했고,

쪼개어 썼던 시간이 나름의 결실로 드러나게 되어서 보람찼고,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돼버린 사람'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아무튼 좋았다.

 

 

그때, 그곳, 그것이 남긴 사진

- 이승권 개인전, <치르치르의 파랑새>, 웩사(weksa), 2023. 11. 12 ~ 11. 26.

 

 

 

 

 

 

    작업 배경에 대한 설명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히말라야 여행담으로 흘러갔다. 히말라야산맥을 보며 느꼈던 경외감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거나 간과했을, 혹은 기억이라면 서서히 잊혀져갔을 '희미한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때, 그곳, 그것'이라고 돌려서 지칭할 수밖에 없는 무명의 것들. 그러나 분명 그날, 그 장소, 그 시간에 있었기에 기억에 남았고 어쩌면 우리 삶을 이루고 있을 명징한 편린들. 작가는 스스로 사진에 담길 상황과 동화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그때에, 그곳에, 그것에 충분히 녹아들었을 때 셔터는 눌러진다. 이는 각각의 편린을 그 순간의 맥락에서 도려내지 않고 그 자체로 온전한, 하나의 전체로서 담아내려는 작가의 비폭력적 촬영의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이승권의 사진에서는 피사체가 보이기보다는 그때, 그곳, 그것이 먼저 느껴진다. '그때, 그곳, 그것이 남겨놓은 흔적'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이는 그의 사진은 그때의 공기, 그곳의 빛깔, 그것의 숨결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전시전경

 

 

 

전시전경

 

 

 

전시전경

 

 

전시전경

 

 

 

짙눈깨비, 2023, 100x140.

 

 

 

밤으로의 긴 여로, 2022, 100x140.

 

 

 

안녕 선우일란, 2023, 50x70.

 

 

 

(왼쪽부터) 숨이 가득 찬 방, 2022, 12x17. / 2시 지나서, 2022, 12x17.

 

 

 

조약돌의 조약돌의 조약돌, 2023.

 

 

 

 

 

 

 

 

 

 

 

 

 

 

 

 

 

* 맨처음의 전시장 입구 사진과 아래에서 두 번째 작품 사진을 제외한 모든 사진은 weksa의 웹사이트 https://weksa.co.kr/에서 가져왔음.

 

하나와 다른 하나, 그 사이에 손끝

- <아니말, 그들이 왕이었을 때>,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 2023. 10. 20 ~ 11. 12.

 

 

은혜의 새 #3, 2023, 266x200cm, 텐트천에 라텍스 프린트. Copyright 2023 Eun Chun.

 

 

 

저는 트래비스를 게처럼 걷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 저는 서투르게, 옆으로 또 뒤로 걷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그건 당신이 게를 흉내 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이미지가 당신에게 협업해야 할 무언가를 주는 것이죠. 그건 당신이 다른 종류의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어떤 사람이 갈라진 나무줄기 사이에 쪼그려 앉아 있다. 마치 한 마리의 새와 같은 자태로. 자신을 찍는 사진가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날아갈 태세이다. 전명은은 새를 닮은 사람과 그가 숨겨놓은 또 다른 새를 찍어 놓은 모양이다.** 그 새의 이름은 권은혜이다. 권은혜는 배우이기도 하다. 권은혜는 새를 연기한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에 따르면, 배우의 연기란 그 대상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대상이 모두 스스로의 규정으로부터 나와 새로운 중간지점에서 만나는 행위이다. 그러니까 사진에 담긴 '청록색의 은혜-(Turquoisebird)'는 더 이상 권은혜도, 그 어떤 새도 아니다. 차라리 다른 것이 되는 중인 새 혹은 권은혜이다.

 

 

 

최근 조각가에 관한 작업을 하면서, 감각의 끝이 닿는 곳에 있는 건 살아있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가의 기관은 눈이 아니라 손가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마다 사진가의 손가락은 곧바로 또 다른 순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게 아닐까?***

 

 


    전명은의 사진이 어떤 독특한 지점을 포착하고 있다면, 그곳은 하나와 다른 하나의 사이지점일 것이다. 그 지점은 권은혜와 새처럼 다른 두 개체 사이가 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조각, 식물, 겨울이라는 계절을 이루고 있는 시간의 면과 면 사이로 나타나기도 한다. 결코 눈에 현상되지 않는 중간점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 전명은은 그렇게도 오랜 시간을 들여,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피사체의 삶과 접촉하는 것이다.

 

 

 

 

은혜의 새 #4, 2023, 100x75cm,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은혜의 새 #1, 2023, 80x60cm,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서 자신이 분한 트래비스 비클의 극중 행 동 방식을 고민하면서 했던 인터뷰. [성기현. (2017). 「들뢰즈의 감각론 연구」. 철학박사학위논문. 서 울: 서울대학교 대학원. p. 106]에서 재인용.

 

** 20231020일부터 1112일까지 보안1942’에서 열린 <아니말, 그들이 왕이었을 때> 전에 작 품 소개글로 전시된 전명은의 작가노트에서 발췌.

 

*** 전명은, <작가노트>, 2018, http://chuneun.com/?page_id=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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